내 방에는 벤치가 있다 안에 있는 바깥이고 겉을 둘러싼 속이다 외출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어제의 마음과 오늘의 마음이 달라서 우리는 매일 죽고 다시 난다 벤치는 늘 죽은 나로 비좁다 왜 그러고 살아 그러고 사는 게 아니라 살려니 그러는 거지 나였던 나와 나였었던 나의 담소는 마른 화초처럼 권태롭다 다행히 그들은 음악을 애호하는 취향이 같다 남향의 집에는 ...
우리는 계단을 내려갔다 짐을 부리자마자 계단을 내려갔다 눈이 쌓인 만큼 계단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이 계단이라 믿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눈이 쌓인 곳으로 소리도 사라졌다 길이 길이었던 곳으로 계단이 계단이었던 곳으로 우리는 내려갔다 내려가도 내리막이었다 멀리서 벼랑을 때려대는 파도는 몇천 년이고 그래왔다는 듯이 파도였다 우리는 계속 계단을 내려갔다 ...
서늘한 눈길, 그런 표정을 갖게 했어 당신의 견고한 거짓말이 말이야 이제 당신의 거짓말을 수증기 보듯 쳐다볼 줄 알게 되었지 그런데 미안하게도 당신의 진실보다는 거짓말이 인상 깊었다 당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 얼버무리는 표정 위로 붉은 메시지가 도드라졌지 혀 밑에 어둠이 고이고 밤이 짧아서 꿈도 짧아진다면 억울할 거야 함부로 짓이겨진 야생장미의 씁쓸한 냄...
정말 꽃이 되고 싶어, 또는 구름 아홉 배는 내가 더 당신을 사랑할걸——그런 꽃, 새털 옷을 입고 당신 고향 가는 길 앞질러 따라가는 그런 구름. 석간신문이 배달됐지만 의미가 없네. 죽은 고양이도 쥐떼들의 혼령도 이제 더는 문간 근처를 얼쩡거릴 수가 없어. 꽃의 사랑, 혹은 구름. 정부 쪽에선 비밀에 부치겠지? 군중심리란 게 사랑에 오염된다면 전략은 힘들어...
나는 분명함과 분명함 사이에 있다 나는 모호한 뉘앙스를 풍겨주겠다 겹겹의 언변과 꽃무늬 프린트를 믿어봐 극적으로 네가 네. 라고 답할 순간을 낚아채야 해 그렇다고 나를 리본으로 대답의 양쪽 끝에 묶어두지는 말기를 너는 한 장의 그림을 평생 바라봐야 하거나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될 테니 나는 밤과 밤 사이에 있다 나는 느닷없는 새벽의 는개¹를 본뜬 것이다 ...
마르는 방법을 잃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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